"AI 시대, 의사의 전문성은 더 깊어진다"... 송길영 작가가 바라본 의료의 미래
빠른 문명이 느린 문명을 앞서가는 시대,
의료계 역시 그 흐름 위에 서 있다
11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 둘째 날 첫 세션, 좌장을 맡은 이한열 홍보이사 겸 정책이사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 ai와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자"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연자라며 송길영 작가를 소개했다.
스스로를 시대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마이너'라 칭하는 그는, 사람들이 남긴 일상의 기록에서 사회의 변화를 읽어낸 『시대예보』 시리즈를 통해 이름을 알려왔다. 이런 정체성은 스스로 어떤 존재 의미를 가질 것인가를 오래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전체 공동체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고, 스스로 선언한 이름값을 증명하기 위해 꾸준히 시간을 쌓아온 끝에 비로소 지금의 칭호로 불리게 됐다고 말한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경량 문명의 탄생'. 송 작가는 개인이 각자의 인공지능과 결합해 작은 규모로도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조직의 결재 라인이 사라지고 속도가 규모를 압도하는 '경량 문명'의 흐름이 의료계에도 예외 없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안 하면 사라진다"며, 변화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강연이 끝난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ai가 의료 현장에 미칠 영향과 의사라는 직업의 미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늘 강연 주제가 '경량 문명의 탄생'입니다.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주제를 다룬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세상은 변화가 매우 빠릅니다. 의료진이 이러한 변화를 좀 더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깊이 고민한 다음, 먼저 준비하는 체제를 갖추자는 취지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학회는 의학계 내부의 연구 결과나 임상 경험을 나누는 자리인데, 이번처럼 산업계의 이야기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도를 하는 것은 그만큼 열린 자세와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량 문명'이라는 개념을 의료 현장에 대입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지금 의료진분들은 예전보다 작은 규모로 시작하시더라도 더 깊고 중요한 일을 해내고 계십니다. 단순히 협진을 하거나 의료기관끼리 정보를 연계하는 수준을 넘어, 정보를 직접 확보하고 동료와 교류하며 외부와 협업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의료 인프라 전체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의료진 스스로가 이런 인프라를 자생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도움이 한 조직 안에서만 오가는 게 아니라, 바깥세상과 연결되도록 스스로를 계속 증강해나가는 자세, 이것이 바로 의료계에서 말하는 '경량 문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규모가 크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셨습니다. 말씀하신 흐름이 병원 같은 큰 조직에도 적용된다고 보시나요?
네, 그렇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전문 병원으로 분화되거나, 의료진이 하나의 의료기관을 넘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의료기관 간 경계를 넘어선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셈이죠. 그런 만큼 예전처럼 규모에만 의존하기보다, 규모를 넘어선 깊이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의료 역시 글로벌 경쟁의 장이 되었고, 한국은 암 치료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위를 가진 분야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받아들여지도록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i가 진단, 영상판독, 문진 같은 영역을 이미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업무 단계가 줄어든다면 앞으로 의사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저희가 지켜본 바로는 일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일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읽고 있는 『스킬 코드』라는 책에는 도제식 시스템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수술 일정 하나를 조정하려 해도 담당자가 바뀌면 당직도, 스텝도 줄줄이 바뀌어야 해서 조정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조정을 ai가 대신 맡아주는 병원들이 있습니다. 전화까지 대신 걸어 일정을 조율해주니, 그만큼 가동률이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 그 시간이 그대로 비어버렸지만, 이제는 ai가 능동적으로 일정을 재조정해 빈 시간을 다시 채워줍니다. 그만큼 진료 공백이 줄어드니 의료진은 환자를 보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은 분들이 진료를 받으실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생긴 여유는 진단과 처치의 범위도 넓혀줍니다. 새로운 접근법이 나오고, 협진이 심화되며, 퍼스널라이즈드 메디슨처럼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일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홀로 일하는 개원의와 대형 병원 조직에 속한 의사 중, 이 '경량 문명'의 흐름 속에서는 누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시나요?
둘 다 각자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수용하시면 더 크게 성장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협업의 범위 자체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도 처치나 진단 결과를 상위 병원으로 이관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과정이 더 원활해질 것입니다. 환자분들이 자료를 들고 오시면 그 데이터를 그대로 차트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가 평소 착용하는 스마트워치의 누적 데이터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측정부터 진단, 처치까지 디지털화되면 정보가 유실될 우려도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양쪽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보가 점점 디지털화되면서, 환자들도 이제 ai로 직접 정보를 찾고 스스로 진단을 예측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관계는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은 환자분들이 아예 논문을 들고 오시고, 그 논문과 수치를 근거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보의 비대칭이 줄고 소통도 더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의료진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반대로 수용하지 못하면 아무리 큰 조직에 속해 있어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의사라는 직업은 ai로 인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오히려 정보를 과도하게 찾아보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가져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의료진이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더 나은 진료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입니다. 신뢰는 처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진료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것이니, 입증 가능한 정보화와 과학적 접근, 그만큼의 깊은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병원이나 의료 조직을 이끄는 분들에게는 어떤 리더십이 새롭게 요구될까요?
예전처럼 다그치는 방식이 아니라 꿈을 나누는 형태로 바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평생 함께한다는 것이 이상적인 관계였다면, 지금은 '잠시 함께한다'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잠시 함께하는 관계라면 위아래 구분이 아니라 동료로서의 감정을 가져야 하고, 더 친절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선배가 이끌고 후배는 돕는 일방적인 구조였다면,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형태로 움직입니다.
서로 평등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그만큼 존중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도제식 시스템의 색채가 강한 곳인데, 협력의 경량화는 결국 '가르치되 일방적으로 이끌지 않는 것'입니다. 상호 배우는 관계이지 한쪽만 배우는 관계가 아닙니다. 배려와 존중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방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처럼 ai는 의사의 역할과 조직의 방식, 환자와의 신뢰까지 두루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변화를 여전히 우려하는 의사들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효율적인 부분을 ai에게 맡긴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우리의 전문성이 더 심화될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의술과 문화가 발전하게 됩니다. 세상이 발전하는데 나만 제자리에 머문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직업 자체를 걱정하기보다, 세상의 발전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함께 성장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송길영 작가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빅데이터 분석가이자 작가로,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 속에서 현상의 연유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탐색해왔다.
《시대예보: 호명사회》,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경량문명》으로 이어지는 '시대예보' 시리즈를 통해 시대의 무의식을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