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얼굴 커지는 '말단비대증' 환자, 대장암·갑상선암 위험↑... 44년 추적 연구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희귀 내분비 질환인 말단비대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대장암과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올보르 대학병원 내분비과 크리스티안 로젠달(christian rosendal) 박사 연구팀은 1977년부터 2021년까지 덴마크 전국 말단비대증 환자 809명을 최대 44년간 추적 분석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44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추적 기간을 바탕으로 말단비대증과 암 발생의 관계를 가장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말단비대증은 뇌 안쪽 깊숙이 위치한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희귀 질환이다. 어린 시절에 발생하면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는 거인증으로 이어지지만, 성인에게 생기면 키는 크지 않고 대신 손발·코·턱·혀 등이 서서히 커진다. 심장·관절·혈당 등에도 합병증이 동반되며, 성장호르몬이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성질이 있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덴마크 전국 의료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활용해 말단비대증 환자 809명과 성별·출생연도가 일치하는 일반인 8만 900명의 암 발생 현황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말단비대증 환자의 대장암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1.78배, 갑상선암 발생률은 3.68배 높았다. 대장암 위험은 말단비대증 진단 후 1~5년 사이에 일반인보다 3.24배 높았고, 갑상선암은 진단 직후 첫 1년 이내에 33.5배까지 치솟은 뒤 5년까지도 15.58배로 높게 유지됐다. 암이 아닌 양성 대장 병변도 일반인보다 2.32배 더 많이 발생했다. 반면 전체 암 발생률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인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전체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18배 높았지만, 암 자체로 인한 사망이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말단비대증 환자에게서 대장암이 주로 초기 단계에 발견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대변으로 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분변 면역화학 검사(fit) 기반의 국가 검진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른 덕분으로 분석됐다. 한편 갑상선암이 말단비대증 진단 직후 급증하는 현상은, 말단비대증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갑상선을 함께 정밀 검사하면서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암이 함께 확인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올보르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크리스티안 로젠달 박사는 "말단비대증 환자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지만, 이미 몸 전체로 퍼진 전이된 대장암은 드물게 발생했다"며 "이는 국가 검진 프로그램을 잘 따르는 것만으로도 말단비대증 환자에게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long-term cancer risk in acromegaly: 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with 44 years of follow-up: 말단비대증의 장기 암 위험: 44년 추적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는 2026년 7월 국제 학술지 '유러피언 저널 오브 엔도크리놀로지(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