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샤워도 위험할 수 있다?"...여름철 심근경색 예방 수칙 4가지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류가 차단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근 손상이 커지며,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흔히 추운 겨울에 발병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름철 환자가 더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20년 12월~2025년 8월)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누적 환자 수는 여름철인 6~8월에 50만 2,086명으로, 겨울철인 12~2월의 48만 8,506명보다 약 1만 3,600명 많았다.
순환기내과 최연직 교수(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는 "여름철 심근경색은 온열 질환 증상과 초기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기 쉽다"라며 "증상을 명확히 알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생존율을 가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여름철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부터 주요 증상 및 예방법까지 최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폭염에 심박출량 최대 2배 증가..."심장 과부하 걸려"
우리 몸은 더위에 노출되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로 많은 혈액을 보내고 땀을 배출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량인 심박출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특히 강한 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심박출량이 휴식기보다 최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최연직 교수는 "높은 온도는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동방결절을 자극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심박수를 높인다"라며 "심장이 더 빠르고 강하게 뛰면 그만큼 많은 산소가 필요해지고,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관상동맥이 늘어난 산소 요구량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면 심근허혈이나 심근 손상이 발생하고, 심근경색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땀을 많이 흘려 탈수까지 겹치면 혈전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체내 수분이 줄고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혈액이 농축돼 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혈전은 관상동맥의 혈류를 방해해 급성 심근경색을 비롯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 역시 주의해야 한다. 에어컨이 켜진 실내와 무더운 실외를 반복해서 오가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하거나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최 교수는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 환자 약 19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평균 기온 자체보다 하루 중 기온 변동과 일교차가 클 때 심근경색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덧붙였다.
60대 남성·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더 주의해야
폭염과 탈수는 누구에게나 위험 요인이지만,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혈관 보호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이미 혈관이 손상된 사람은 이러한 변화에 더 취약하다.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 심근경색 환자의 약 80%는 남성이며, 그중에서도 60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심근경색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에스트로겐의 보호 효과 차이에 있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확장을 돕고 혈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최연직 교수는 "남성은 이러한 보호 효과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라며 "60대 이후에는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혈관 노화도 본격화된다"라고 설명했다. 60대 남성의 혈관은 여름철 폭염과 탈수 같은 혈역학적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기저질환자 역시 주의해야 한다. 이미 관상동맥에 동맥경화반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 탈수와 심박수 상승이 겹치면 동맥경화반이 파열되고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을 수 있다.
생활 습관도 위험을 높인다. 물 대신 커피나 술을 자주 마시면 이뇨 작용으로 탈수가 심해질 수 있다. 여기에 흡연까지 더해지면 혈관 수축과 혈소판 응집이 촉진돼 관상동맥이 막힐 가능성이 더욱 커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가슴 압박감·식은땀 지속되면 의심해야
심근경색 초기에는 어지럼증이나 무기력감, 가슴 답답함 등이 나타나 온열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주변인이 단순 더위로 오해해 대처가 늦을 수 있으므로, 증상의 양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최연직 교수는 "안정을 취해도 가슴 중앙을 돌덩이로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이 20분 이상 지속된다면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통증이 왼쪽 어깨와 팔, 목, 턱으로 뻗어나가거나 비 오듯 흐르는 식은땀과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것도 대표적인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응급대처가 생존 좌우...호흡 멎으면 즉시 심폐소생술 해야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의 상태와 상황에 맞게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자신에게 증상이 발생했다면 직접 운전하거나 걸어서 병원으로 이동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구급차에서는 이동 중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주변 사람이 증상을 보인다면 우선 환자를 시원한 그늘이나 실내로 옮기고, 단추와 벨트를 풀어 호흡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이후 즉시 119에 신고해 증상과 환자 상태를 알린다. 다만 의식이 흐린 환자에게 물이나 청심환 등의 약제를 억지로 먹이면 기도 폐쇄나 질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가 의식을 잃고 정상적으로 호흡하지 않는다면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해야 한다. 최연직 교수는 "환자가 의식을 잃고 호흡이 멎는 심정지 상황으로 이행된다면, 구급대 도착 전이라도 목격자가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폐소생술 방법을 모를 때는 119 상황요원의 안내에 따라 가슴압박을 시행하면 된다.
급성 심근경색은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다시 여느냐가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특히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힌 형태의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의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신속한 혈관 개통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손목이나 사타구니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막힌 부위를 풍선으로 넓히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관상동맥중재술'이다.
최 교수는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관상동맥중재술이 가능한 병원에 도착한 뒤 6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개통하도록 권고한다"라며 "진단 후 120분 이내에 시술받을 수 있다면 시술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고, 120분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진단 후 10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탈수와 급격한 체온 변화 막아야...심근경색 예방수칙 4가지
여름철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폭염으로 인한 탈수와 급격한 체온 변화로부터 심장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은 최연직 교수가 권하는 여름철 심근경색 예방 수칙이다.
① 갈증이 나기 전부터 물을 마신다
폭염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과 중심 혈액량이 줄고, 혈액이 농축된다. 이로 인해 혈액 점도와 혈전 형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②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활동을 피한다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내면서 심박수와 심박출량이 증가하고, 이는 심장 과부하 상태를 만든다. 여기에 무리한 운동이나 노동까지 더해지면 심근의 산소 공급과 수요 사이의 불균형이 커져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는 야외 운동이나 장시간 노동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 중간중간 충분히 쉬어야 한다.
③ 실내외 온도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차가운 실내와 무더운 실외를 반복해서 오가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자극된다. 이로 인해 혈압이 크게 변하고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하거나 경련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냉방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것이 좋다.
④ 외출이나 운동 직후 찬물 샤워를 피한다
더위로 확장된 피부 혈관이 찬물에 갑자기 노출되면 '한랭 쇼크 반응'으로 말초혈관이 급격히 수축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받는 저항인 후부하가 순간적으로 높아져, 기존 동맥경화반의 파열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외출이나 운동 직후에는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