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채혈로 알츠하이머 단서 찾는다...美 FDA, 새 검사법 허가
간단한 피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지표를 파악하는 새로운 검사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뇌에 치매 관련 단백질(아밀로이드)이 축적됐을 가능성을 혈액으로 가늠하는 방식이다. 검사 대상은 인지기능 저하를 겪거나 관련 불편을 호소하는 55세 이상 환자다. 치매 전문기관은 물론 동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에서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fda가 스위스 제약·진단 기업 로슈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공동 개발한 '일렉시스 인산화 타우 217(ptau217) 혈장 검사'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혈액 속 'ptau217' 단백질 수치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돕는 원리로, 추가 정밀 평가가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선별하고 적기 진료로 연계하는 과정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혈중 'ptau217' 수치로 뇌 아밀로이드 축적 가늠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사고력 등 인지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플라크 형태로 쌓이고,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환자는 타우 단백질이 인산화된 형태인 혈중 'ptau217' 수치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새 검사는 이러한 병리학적 연관성을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로 활용한다. 고가의 뇌 촬영을 거치는 대신 혈액 속 ptau217 농도를 측정해 뇌 내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다.
로슈에 따르면 결과는 아밀로이드 병리 가능성에 따라 양성·중간·음성 세 가지로 제시된다. 양성과 음성은 병리 가능성의 높고 낮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중간 결과는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경계 구간을 의미한다.
정밀검사 필요한 환자 먼저 가려낸다
현재는 뇌 내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pet은 검사 비용이 고가이며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뇌척수액 검사 역시 요추 천자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해야 하므로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크다.
반면, 혈액검사는 일반적인 채혈로 진행되어 검사 과정이 훨씬 간편하다. 의료진은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와, 다른 원인을 우선적으로 감별해야 할 환자를 효과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경우, 전문적인 치매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보다 신속하게 연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며, 최근 도입된 치료제도 초기 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일부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아밀로이드 병리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만큼, 진단 과정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 내에는 해당 검사 분석이 가능한 로슈의 장비가 4,500대 이상 설치되어 있으며, 랩코프(labcorp)와 퀘스트 다이애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 등 대형 진단검사기관도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두 지표 비율 대신 'ptau217' 단일 수치 활용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돕는 혈액검사가 fda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fda는 지난해 5월 후지레비오의 '루미펄스 g ptau217·베타 아밀로이드 1-42 혈장 비율 검사'를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돕는 첫 혈액검사로 허가했다.
후지레비오의 검사는 혈액 속 ptau217과 베타 아밀로이드 1-42를 각각 측정한 뒤 두 수치의 비율을 계산한다. 반면 로슈의 검사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별도로 측정하지 않고, ptau217 수치만을 정해진 기준과 비교해 결과를 제시한다.
로슈는 한 가지 생체표지자만으로 아밀로이드 병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를 모두 구분하도록 fda 허가를 받은 혈액검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1차 의료기관과 전문기관에서 같은 판정 기준을 적용할 수 있고, 두 지표의 비율을 계산하지 않아 검사실 적용 절차도 비교적 단순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검사 항목이 하나라는 점이 기존 검사보다 정확도나 성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혈액검사는 진단 보조...임상 평가와 함께 해석해야
혈액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확진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양성 결과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할 뿐이며, 최종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임상 증상, 병력, 인지기능 평가 및 타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로슈는 "일렉시스 ptau217 검사를 알츠하이머병 단독 진단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다른 임상 정보와 결합해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플로리다 신경퇴행성질환연구소의 리처드 아이작슨 박사도 cnn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은 혈액검사 한 가지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여러 검사와 임상 평가를 함께 살펴야 혼란을 줄이고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활용 범위에도 제한이 있다. 이 검사는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무증상자의 건강검진이나 향후 치매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용도로 허가되지 않았다. 치료 효과를 추적하는 용도로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pet이나 뇌척수액 검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추가 평가나 전문 진료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