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환자, 베타차단제 끊어도 된다?... "안정기엔 중단해도 예후 차이 없어"
심근경색을 앓았더라도 심장 기능이 안정된 상태라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베타차단제 복용을 중단해도 계속 복용한 경우와 비교해 예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국제 공동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타차단제는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압을 낮춰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약물이다. 심근경색 환자는 재발과 심혈관계 합병증을 막기 위해 이 약을 수년, 길게는 평생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텐트 시술 등 심근경색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장 기능을 회복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고, 이런 환자들에게도 굳이 베타차단제를 계속 써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 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최기홍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프랑스 파리 공공 의료원(ap-hp) 산하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 조안 실뱅(johanne silvain) 교수 연구팀과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두 팀은 한국 smart-decision 연구와 프랑스 abyss 연구의 개별 환자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했다. 이들 중 3,092명은 베타차단제 복용을 중단하는 그룹으로, 3,146명은 계속 복용하는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중앙값 3년(2.3~3.8년)간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 최초 심근경색 발생부터 무작위 배정까지 걸린 기간은 중앙값 3.6년이었다.
1차 지표(사망·심근경색 재발·뇌졸중·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 통합) 발생률은 중단군 17.2%, 지속군 15.9%로, 두 그룹 차이는 1.3%에 불과했다. 통계적으로는 지속군보다 나쁘지 않다는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2차 지표(사망·심근경색 재발·심부전 입원)에서는 중단군 6.5%, 지속군 6.4%로 차이가 0.1%에 그쳤으며, 좌심실 박출률 수준과 관계없이 결과가 일관됐다. 다만 연구팀은 1차 지표의 '입원' 항목이 임상시험 설계에 따라 집계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이 지표만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최기홍 교수는 "과거에는 심근경색 치료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베타차단제를 평생 복용하는 것이 중요했다"라며 "최근에는 스텐트 등 치료 방법이 개선되면서 심근경색 후 심장 기능이 회복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자에게 불필요한 약을 중단할 수 있다면 환자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한주용 교수 또한 "심근경색 후 환자가 안정적이라면 베타차단제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는 치료 표준을 만드는 데 한 발 더 다가섰다"라며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약을 쓰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지난 3월 국내 25개 병원이 참여한 smart-decision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한 데 이어, 한국과 프랑스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자료를 통합해 같은 결론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번 결과가 모든 심근경색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심부전이나 심장 기능 저하 등 베타차단제를 계속 복용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 환자는 애초에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약 중단 여부는 반드시 개인의 심장 기능과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이번 연구(discontinuation versus continuation of beta-blocker therapy in patients with a history of myocardial infarction: a pooled analysis of individual participant data from the abyss and smart-decision trials;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베타차단제 중단과 지속 비교: abyss 및 smart-decision 임상시험 개별 환자 데이터 통합분석)는 2026년 8월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