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많은 동네일수록... '고혈압' 유병률도 함께 증가
전국의 편의점이 많은 지역일수록 고혈압 유병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연구팀은 전국 250개 시·군·구 주민을 대상으로 편의점 밀도와 비만·고혈압 유병률의 공간적 연관성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편의점이 빠르게 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동네 상권의 변화가 실제로 주민 건강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주목된다.
연구팀은 202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와 2022년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결합해 전국 250개 시·군·구 단위로 편의점 밀도와 비만·고혈압 유병률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23만1,785명 가운데 만 19세 이하이거나 체질량지수, 고혈압 진단 여부, 기타 변수 정보가 없는 사람을 제외한 22만7,819명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편의점 밀도는 인구 1,000명당 편의점 수로 계산했으며, 지역별로 편의점 밀도와 두 질환 유병률이 특정 지역에 몰려 나타나는 공간적 군집 경향이 있는지를 먼저 살폈다. 이후 일반적인 회귀분석과 함께, 인접 지역 간 유사성을 반영해 분석 정밀도를 높이는 공간오차모형을 함께 적용해 편의점 밀도와 만성질환 유병률 간의 연관성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지역의 편의점 밀도는 인구 1,000명당 평균 1.12개였다. 지역별로는 적게는 0.27개에서 많게는 3.07개까지 차이를 보였다. 비만 유병률은 평균 30.98%(최저 20.4%~최고 42.2%), 고혈압 유병률은 평균 22.76%(최저 13.7%~최고 42.2%)로 지역 간 편차가 컸다.
편의점 밀도와 두 질환의 유병률 모두 특정 지역끼리 비슷하게 몰려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옆 동네일수록 특성이 비슷해지는 점까지 고려해 편의점 밀도와 두 질환의 연관성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편의점이 많은 지역일수록 비만·고혈압 유병률이 모두 높게 나타났지만, 지역 간 유사성을 반영하자 비만과의 연관성은 사라지고 고혈압과의 연관성만 남았다. 이를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편의점이 1개 늘어날 때마다 고혈압 유병률은 0.97%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편의점 밀도가 비만보다 고혈압과 더 뚜렷하게 연관된 이유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높은 나트륨 함량과 함께 주류·담배 등에 대한 접근성이 쉬운 점을 꼽았다. 비만은 식습관 외에도 다양한 행동적·환경적·사회경제적 요인이 오랜 기간 누적돼 나타나는 반면, 고혈압은 나트륨 섭취처럼 편의점 식품환경과 비교적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개인이 아닌 지역 단위로 이뤄진 분석인 만큼, 편의점 밀도가 높은 지역에 산다고 해서 그 주민 개개인이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거나 고혈압 위험이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팀은 편의점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건강한 식품 구성 확대, 저나트륨 대안 제공, 영양교육 등 정책적 노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김병미 연구원은 "즉석식품과 가공식품 소비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런 환경이 지역 주민의 식생활 질을 낮추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개인의 실제 이용 빈도나 소비량을 반영하지 못한 지역 단위 분석이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편의점 이용이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개인 단위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spatial analysis of the association between convenience store density and the prevalence of obesity and hypertension in south korea: 한국의 편의점 밀도와 비만 및 고혈압 유병률 간 연관성에 대한 공간분석)는 2026년 7월 22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공중보건(frontiers in public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