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생존기간 2배 늘린 '먹는 약' 개발... 美 FDA도 승인, "기존 항암제 넘어섰다"
먹는 표적치료제로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두 배로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에일린 오라일리(eileen m. o'reilly) 박사 연구팀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새 표적치료제 '다락손라십(daraxonrasib)'과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비교했다. 췌장암은 발견이 늦고 치료가 어려워 생존율이 낮은 대표적인 암으로, 이번 연구는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췌장암은 90% 이상이 'ras'라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긴다. ras는 세포의 성장 신호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이 스위치가 고장 나 계속 켜져 있으면 암세포가 무분별하게 자란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다락손라십은 먹는 약으로, 이 유전자의 이상을 억제한다. 연구팀은 전이성 췌장암 환자 5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248명에게는 다락손라십을, 252명에게는 의사가 선택한 기존 항암제를 투여했다. 참가자의 91.8%는 ras 유전자 중에서도 'g12'라는 특정 변이를 가진 환자였다.
연구 결과, g12 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 다락손라십을 복용한 환자들의 생존기간(중앙값)은 13.2개월로, 기존 항암제를 쓴 환자들의 6.6개월보다 두 배 길었다. 암이 더 자라지 않고 멈춰 있는 기간도 다락손라십은 7.3개월로, 기존 항암제의 3.5개월보다 두 배가량 길었다. 사망 위험 자체도 약 60% 낮아졌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새 약의 안전성이 높았다. 3등급 이상으로 분류하는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은 다락손라십이 61.8%, 기존 항암제가 69.6%로 새 약이 오히려 낮았다. 특히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다락손라십에서 1.2%에 그친 반면, 기존 항암제에서는 11.2%로 약 9배 많았다. 효과는 더 좋으면서 환자가 견디기는 더 쉬웠다는 뜻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6년 8월, 다락손라십을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정식 승인했다. 이는 췌장암의 유전적 원인을 직접 공략하는 최초의 치료제로, 이전에 한 차례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두 번째 치료제로 쓸 수 있도록 허가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오라일리 박사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전에 치료받은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다락손라십 치료는 항암화학요법보다 전체 생존기간과 무진행 생존기간을 의미 있게 늘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제약사(레볼루션 메디신스)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어떤 약을 쓰는지 아는 공개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승인이 이뤄진 만큼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별도 허가 절차와 건강보험 적용 논의 등을 거쳐야 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daraxonrasib or chemotherapy in previously treated metastatic pancreatic cancer: 이전에 치료받은 전이성 췌장암에서의 다락손라십 또는 항암화학요법)는 2026년 7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