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뇌에 약물·빛 전달... KAIST·연세대, '뇌 임플란트' 개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원격 조종해 뇌의 특정 부위에 약물과 빛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무선 뇌 임플란트가 개발됐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화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무선 뇌 신경조절 장치 'rapido'를 개발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코카인에 의한 행동 변화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뇌 신경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향후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같은 만성 뇌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뇌 신경 연구에서는 특정 뇌 부위에 약물을 투여하거나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그런데 기존 장치들은 약물 주입관과 광섬유 등을 외부 장비에 직접 연결해야 해서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약물 탱크도 한 번 쓰면 교체할 수 없었다. 약물이 역류하거나 오염되는 문제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연구자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점 자체가 동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한계로 지목됐다.
rapido는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한 장치다. 크기는 손톱만 하고 무게는 동전 하나 수준(총 2.5g)으로, 뇌에 삽입되는 탐침 부분은 1.1g에 불과하다. 약물 카트리지는 자석 방식으로 3~5초 만에 교체하거나 다시 채울 수 있고, 역류 방지 밸브가 내장돼 있어 약물 오염이나 역류 걱정도 없다. 또한 초소형 led를 통해 특정 신경세포만 빛으로 자극할 수도 있다.
제어 방식도 혁신적이다. 같은 공간에서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조작이 가능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인터넷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미국 시카고에서 한국 대전에 있는 장치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자가 없어도 미리 설정한 일정에 따라 자동으로 약물 투여와 빛 자극을 수행할 수 있어, 연구자의 존재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해결됐다.
연구팀은 쥐의 뇌 속 보상 회로인 '측좌핵'에 rapido를 이식하고 코카인을 무선으로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저용량과 고용량 코카인을 순서대로 투여하자 용량에 따라 쥐의 활동량이 달라졌고, 이 반응은 4주간 안정적으로 재현됐다. 또한 빛 자극으로 코카인 중독과 관련된 뇌 신호 경로를 조절하자 코카인에 대한 중독 행동이 억제되는 것도 확인됐다. 4주 후 뇌 조직을 검사한 결과, rapido가 기존 금속 삽입관보다 신경세포 생존율이 높고 염증 반응이 낮아 생체 적합성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신저자인 전재웅 교수는 "rapido는 약물 전달과 광자극을 정밀하게 조합하면서 전 세계 어디서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만성 뇌 신경조절 플랫폼"이라며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처럼 장기적으로 투약 조절이 필요한 질환의 치료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iot-enabled wireless neural implant for chronic, programmable neuropharmacology and optogenetics: 만성적이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신경약리학 및 광유전학을 위한 iot 기반 무선 신경 임플란트)는 2026년 7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