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눈에도 좋다"... 녹내장 발생 위험 15% 낮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사용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녹내장 발생 위험을 낮추고, 이미 녹내장을 앓고 있는 환자의 추가 치료 가능성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등 공동 연구팀은 대규모 의료기록을 분석해 스타틴 복용과 녹내장 발생 및 치료 양상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점점 약해지면서 보는 범위(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이다. 주로 안압 상승에 의해 시신경(optic nerve)이 서서히 손상돼 생기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완치보다는 진행을 늦추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스타틴 복용군에서 녹내장 발생 위험뿐 아니라 수술이나 레이저 치료를 받을 위험도 낮게 나타나, 기존 콜레스테롤 치료제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에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세계 115개 의료기관이 포함된 대규모 의료 연구 네트워크 '트라이넷엑스(trinetx)'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26년 8월까지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는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녹내장 발생 여부와 기존 녹내장 환자의 치료 변화를 각각 조사했다. 녹내장 발생 분석에서는 스타틴 복용자 21만 701명과 비복용자 21만 701명을 비교했고, 치료 분석에서는 이미 개방각 녹내장을 진단받은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2만 9,598명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나이와 성별, 당뇨병, 고혈압 등 녹내장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분석 결과, 스타틴 복용군은 비복용군보다 개방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5년 기준 15% 낮았다. 개방각 녹내장은 눈 속의 액체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열려 있음에도 배출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실제 5년간 새롭게 녹내장을 진단받은 사람은 스타틴 복용군에서 4,771명(2.3%), 비복용군에서 5,491명(2.6%)이었다. 두 집단의 녹내장 발생 위험 차이는 10년 분석에서도 유지됐으며, 스타틴 복용군의 발생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10% 낮았다.
이미 녹내장을 진단받은 환자에서도 스타틴 복용 여부에 따라 추가 치료를 받을 위험에 차이가 나타났다. 5년 기준 스타틴 복용군은 비복용군보다 녹내장 절개수술을 받을 위험이 36%, 작은 절개를 통해 안압을 낮추는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을 받을 위험은 55% 낮았다. 레이저를 이용해 눈 속 액체의 배출을 돕는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을 받을 위험은 60% 낮았으며, 안압을 낮추는 점안제 처방 위험도 11%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10년 분석에서도 확인됐으며,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과 레이저 치료를 받을 위험은 각각 46%, 51% 낮았다.
연구팀은 스타틴의 이 같은 연관성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 외에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특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손상되는 질환으로, 현재 치료는 주로 안압을 낮춰 시신경 손상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안압을 낮춰도 질환이 악화되는 환자가 있어 안압 외의 요인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틴은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혈류를 개선하며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작용이 실제로 녹내장 위험 감소에 기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약물 종류별 분석에서는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 복용군에서 녹내장 발생 및 추가 치료 위험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났다. 반면 심바스타틴과 프라바스타틴 복용군에서는 녹내장 발생 위험의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약물별 분석 대상자 수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로버트 와인렙(robert n. weinreb) ucsd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스타틴 사용이 개방각 녹내장의 발생 위험 감소뿐 아니라 추가 치료 필요성 감소와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추후 스타틴과 녹내장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전향적 무작위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statin use is associated with lower risk of open-angle glaucoma incidence and treatment escalation: 스타틴 사용, 개방각 녹내장 발생 및 추가 치료 위험 감소와 연관)는 2026년 10월 7일 '영국안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